지철 인터뷰, 퇴계 이황 선생의 14대손 "이영자 교수의 주역 이야기"

기사입력 2023.04.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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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자 교수)

 

지철 인터뷰, 퇴계 이황 선생의 14대손 "이영자 교수의 주역 이야기"


안녕하십나까?

한국풍수신문의 지철 윤명선 입니다.

이영자 교수님, 바쁘신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풍수신문] 이영자 교수는 가끔 부친을 떠올릴 때면 엄한 교육이 생각난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이 퇴계선생의 훌륭한 점을 많이 얘기하는데 후손으로서 무엇이 그리 훌륭한지 많이 궁금했고, 이기동 교수님으로부터 『주역』을 배우고, 최일범 교수님께는 이광지의 『주역절중』 다산 정약용의 『주역사전』 등 자연의 이치에  흥미가 생겼고 평생을 주역연구에 힘써 오신 임계 선생님의 부친인 백산 이은옥 선생님께 직접 배울 기회를 얻게 되면서 시작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이영자 교수와의 일문일답...

 

◎ 퇴계 이황 선생의 직계후손 이신데 어릴 땐 어떤 교육을 받으셨나요?

 

가끔 부친을 떠올릴 때면 엄한 교육이 생각나곤 합니다아버지께서는 자식들을 매우 엄격하게 교육하셨습니다매일 아버지의 교육적인 언사를 들으면서 자랐던 것 같습니다아버지께서는 전통적인 생활 태도와 예절은 물론이고 학업성취까지 직접 지도하셨습니다생활 속에서 행하는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예절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고칠 때까지 바로 잡으려고 하셨습니다.

 

부모님 슬하에 있을 때는 저녁 식사 때면 잘잘못을 물으셨고 칭찬과 질책을 하시곤 했어요덕분에 남들이 보면 바르게 자란 티가 나 보이지만 참으로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답니다아버지께서는 작은댁 사촌 동생들에게도 예의범절을 엄하게 다스리셔서 사촌 동생들은 아버지 앞에서는 바른생활의 어린이로 바뀌곤 했어요이 모든 것은 자식들이 올곧게 성장해서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신 아버지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돌이켜 보면 아버지의 뜻을 이뤄드린 자식 하나 없지만아버지는 큰일을 하는 자식을 만들기 위해 자식 교육에 채찍을 선택하셨던 것이지요.

 

저희가 아버지의 뜻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당신께서 말씀만으로 교육하시는 게 아니라 직접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본보기를 보이셨기 때문이었습니다아버지께서는 책을 옆에 두시고 시간 날 때마다 읽으시고 붓글씨를 쓰셨는데특히 퇴계 선생의 문집을 해석하시려고 얼마나 옥편을 뒤지셨는지옥편이 너덜거릴 정도였습니다또한 사대 봉사하는 집안의 장손으로서 가문의 명예를 중히 여기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가풍이 습성에 배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실천하고자 하신 삶은 퇴계선생께서 말씀하신 ()’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습니다어른을 공경하고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예의 근본이올곧은 인간의 모습이라고 여기셨고자식들도 퇴계선생의 뜻을 실천하면서 살아가기를 바라셨던 것이었습니다.

  

칼 융(C.G Jung)이 자아는 적당한 충돌을 통해서 성장한다고 했듯이엄격한 아버지의 교육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아버지께서는 평생을 신념처럼 종가일과 도산서원 일에 열중하셨습니다집안일은 어머니께 맡기시고 언제나 문중의 일을 우선으로 여기셨습니다아버지의 엄한 교육과 뒤에서 무한한 자애로 포용해주신 어머니 덕분에 저희 형제들은 잘 장성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우애롭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주역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2001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에 공부를 시작하였을 때 사람들이 퇴계선생의 훌륭함을 얘기하는데 후손으로서 제대로 알고 싶었습니다그러던 중에 이기동 선생님의 권유로 퇴계철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이기동 선생님으로부터 주역을 배우고최일범 선생님께는 이광지의 주역절중』 다산 정약용의 주역사전』 등을 배웠는데 자연의 이치를 알아가는 점에 대해 흥미가 생겼습니다마침 대학원에서 같이 수학하던 임계 이규희 선생님이 주역공부에 뛰어나셔서 사설로 배우면서 점점 빠져들었습니다이후 평생을 주역연구에 힘써 오신 임계 선생님의 부친인 백산 이은옥 선생님께 직접 배울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주역에 관심 있는 몇 분과 함께 새벽바람을 맞으며 격주로 선생님이 계신 문경을 오르내리며가르침을 받으면서 자연의 깊은 이치가 담긴 주역이 곧 생활주역임을 알게 되었습니다자연주의 철학자인 퇴계 이기철학 역시 주역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느끼고 퇴계의 리기(理氣)를 주역의 건곤(乾坤)에 유비시켜 「『주역의 관점으로 본 퇴계 이기론과 성정론이란 제목으로 소논문을 썼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퇴계철학에서 소이연과 소당연의 역학적 연원에 관한 연구라는 소논문도 썼습니다퇴계철학의 핵심인 경()사상을 알기 위해서는 뿌리가 되는 이기론을 알아야 했습니다이기론의 뿌리가 주역이었기에 주역을 깊이 있게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그리고 나서 퇴계 경사상 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이후 미진한 공부를 하기 위해 인사동에 개인 연구실을 마련했는데마침 부족한 제게 주역을 좀 가르쳐 달라는 분이 계셔서 제 공부도 할 겸 같이 주역을 읽은 것을 계기로결국 2014년 인사동에 학당 <소소재(韶素齋)>를 열고 주역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한양대 대학원에서도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 성리학과 주역을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주역은 점서이면서 자연 변화의 이치를 담은 도덕실천서입니다중국 북송 이전 당말에 퇴폐한 불교를 대적하기 위해 유자(儒者)들이 세운 이론 기반이 바로 주역서(周易書)입니다북송 때 다섯 분(주돈이[太極圖說], 정명도정이천[], 장재[], 소옹[])이 모두 주역을 연구하였습니다특히 주돈이의 태극도설에서는 천명(天命)이 만물에 본성[]을 부여하는 것을 다섯 단계로 설명하였고정이천은 인간의 본성은 바로 하늘로부터 온 것으로 본성이 바로 리[性卽理]’라고 하였습니다성리학은 하늘의 이치에 따른 도덕적인 삶에 대한 철학을 밝힌 것으로 인생의 의의와 가치를 높였습니다남송 때 주자가 다섯 분의 사상을 집대성해서 주자학송학리학정주학성리학이라 하였는데 모두 같은 의미의 다른 이름들입니다.

 

조선시대 중기 성리학을 꽃피운 분은 퇴계선생이십니다퇴계선생은 20살 경에 주역을 접하셨는데 후일 건괘(乾卦)• 곤괘(坤卦)를 근간으로 리기이원론(理氣二元論)’의 철학을 구축하여 주자학을 한층 더 발전시켰습니다선생은 68세 때 17세인 선조임금께 성학십도(聖學十圖)를 올리셨는데 이것은 하도낙서(河圖洛書:주역)가 나옴으로 성인이 도를 구했다는 말로 시작됩니다퇴계 선생께서는 인간의 본성은 곧 리[性卽理]로 영원히 존재하여 생사가 없다고 합니다저는 의 현대적인 해석이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비록 인간의 몸[=]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지만 내 안에서 나 되게 하는 하늘로부터 받은 리는 자연의 보편적 원리로서 때로는 우주 자연의 일반적 운행[功用], 때로는 신비한 운행[妙用]으로 인간과 상호 관계 속에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퇴계선생은 "신의 구별이 세 가지가 있으니 하늘에 있는 신사람에게 있는 신제사의 신이 있다이 세 가지가 다르기는 하나 그 신이 되는 것은 같다.”고 하셨는데, ‘정신은 로서 자연과 나와 조상이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러므로 성리학의 뿌리는 주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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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한국풍수신문 대표 지철 윤명선  우측,이영자 교수 )

 

◎ 주역을 현시대에 맞게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까요?

  

주역은 우주의 변화 원리를 담은 책입니다또 주역은 인간이 수시 변화하는 현실의 어려운 상황과 마주할 때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담은 생활 철학서입니다그래서 주역은 삶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바르게 실천할 수 있도록 마치 부모님이 다가와[如臨父母] "얘야 이 길로 가거라.” 하며 자식에게 친절히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해주듯 올바른 길라잡이 역할을 하지요자연의 이치를 고스란히 글로 담은 책이니 정확히 해석하고 풀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단지 욕심에 가려 주역을 바르게 해석하지 못하거나 해석을 바르게 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따르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지요.

 

주역이 4700년의 역사를 지나면서 소멸되지 않고 여전히 연구하고 사용되는 것은그 내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움이 있지만반면에 어떤 상황에도 유비시킬 수 있기에 지금도 유효한 것입니다.

 

그럼 주역에 대해 점서이면서 도덕실천서 관점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먼저점서적 관점에서 수택절괘(水澤節卦:)에 있는 여섯 개의 효 중에서 초구효와 구이효 두 효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이는 서로 상반된 결과로 나타나기에 잘 해석해야 합니다여기에서 수택절괘의 절()은 절도와 절차를 의미하고 있습니다못 위에 있는 물이기 때문에 조금만 많아도 넘치고조금만 부족해도 물이 안으로 들어가는 상()입니다그렇기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절차와 절도를 잘 지켜야 하는 괘입니다.

 

이 괘의 초구효(初九爻)는 방문을 나가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不出戶庭 无咎]’고 했습니다이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에 움직이지 말아야 할 때를 잘 알고 본인 의지를 가지고 나가지 않는다는 의미인 것입니다반면에 구이효(九二爻)는 문밖을 나가지 않으니 흉하다.[不出門庭 凶]’고 하였습니다이는 문밖을 나갈 때가 되었는데 나가지 않아서 때를 잃어버려 흉하다는 말입니다.

 

결국 초구효는 일을 할 때 소극적으로 해야 함을 말하고구이효는 때를 놓쳐서 나아가도 소용이 없게 된 흉한 상황으로나아갈 때를 잃어버린 형국이 됨을 의미합니다앞의 초구효와 아주 다른 결과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주역은 인간의 수많은 삶의 순간에 하늘의 뜻을 우리에게 세밀하게 가이드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주로 <상전(象傳)>에 보이는 도덕적 관점을 들어보겠습니다. <중천건괘(重天乾卦)>에서 "하늘의 운행이 굳건하니 군자도 하늘의 이치를 본받아서 잠시도 쉬지 말고 노력하라[象曰 天行健 君子以 自疆不息]”는 말씀과, <중지곤괘(重地坤卦)>에서 "온갖 만물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땅의 형세와 같이 군자도 이것을 본받아 덕을 두텁게 하여 포용력 있게 행동하라는 것[象曰 地勢坤 君子以 厚德載物]”의 공자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공자님과 퇴계는 주역에 보이는 것과 같이 하늘(자연)으로 부터 받은 본성에 따라 순리대로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는 점에서는 그 맥을 같이 합니다.

 

이렇게 64괘 384효 모두는 일상생활 속에 바로 접목을 시켜 상황에 맞게 처신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주역을 공부하는 후학도들에게 한 말씀 주신다면?  

 

주역이란 책은 의심나는 것을 물어 답을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점서이며공자께서 십익(十翼)을 달아 특히 상전(象傳)을 통해 하늘에 부합되는 삶을 살도록 말씀하신 것을 볼 때 도덕실천서이기도 합니다인생의 의의와 가치가 결코 물질에 있지 않고 도덕정신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중용에서 "하늘이 명한 것을 일러 본성이라 한다.[天命之謂性]” "본성은 곧 이치입니다.[性卽理]” 본성이 리이니 리를 안다는 것은 내 안에 천()이 있음을 아는 것이지요[이치]는 나를 나 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실재로서 내 안에 내재해 있습니다그러한 이치를 담은 책이 주역이니 성리학의 뿌리는 주역이지요조선중기 성리학을 꽃 피운 퇴계를 알면 주역을 알고 주역』 을 알면 퇴계철학을 알게 됩니다주역이 우주 자연의 이치를 담은 철학서이고 퇴계 또한 자연주의 철학자이기 때문입니다.

 

주역은 원경(原經)에 해당하는 문왕의 괘사(卦辭), 주공의 효사(爻辭), 공자님의 십익(十翼)을 중심으로 옛 성인이신 이 세 분의 말씀이 통관(通貫)되는 점을 이해하면 도덕실천서에 부합되게 볼 수 있다고 봅니다그러기 때문에 먼저 원경을 익숙하게 읽어서 잣대가 생기면 그 잣대를 가지고 다른 정이천의 역전이나 주자의 주역본의를 보시면 됩니다물론 원경을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을 조심스레 정이천주자를 참고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근본적으로 성인의 말씀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렇게 도덕적으로 올바른 정신세계를 구축한 가운데 이용(利用)후생(厚生)을 다음으로 하여 오늘의 균형을 이룩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밝아질 것입니다도덕성보다 물질을 더 추구하는 사고의 소유자는 주역은 결코 뜬구름 잡는 얘기로 전혀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선한 본성을 실천하기 위해 자연의 이치가 담긴 주역을 의리역으로 공부하고 실천해 나간다면궁극에 가서는 밝아져서 문제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초월의 의미와도 맞닿게 될 것이며인간은 어디에서 왔고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지또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등의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감사합니다.

 

 

 

[윤명선 기자 ti2@rokf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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